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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7조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IT강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각종 행정 정보를 손쉽게 고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만큼은 예외다.
법원은 여전히 우체국에 의존해 법원 문서를 국민들에게 보낸다.
국민들이 해당 문서를 잘 받았는지는 관심 밖이다.
소송 당사자가 법원이 보낸 문서를 받지 못했어도 법원은 받았다고 간주한다.
법원 용어로 이를 '송달간주'라고 한다.
이는 법원 편의주의의 최고봉이다.
접근 어려운 법률 서비스

법원은 피고의 집 앞에 노크를 하고 돌아서는 인편 송달을 몇 차례 한 뒤 민사소송법 제189조(발신주의)에 따라 법원이 문서를 보낸 시점에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마무리해버린다. 어떠한 사정으로 주소지를 비웠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내가(법원) 보냈으니 너는(국민) 받은 것이다. 이런 논리인 셈이다.
법원의 이런 행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여전히 '우편물' 의존하는 법원…
소송문서 못 받아도 '송달간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강모(60대)씨는 집 안에 있던 삼성 파브 텔레비전 1대와 김치냉장고, 입식에어컨을 합쳐 총 155만원어치 가전제품을 압류 당했다.
체육인인 강씨는 러시아를 오가며 태권도, 유도, 당수도 등 무도 스포츠 교류 사업을 하느라 자택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이 시기에 법원에서 보낸 소송가액 500만원짜리 손해배상 소장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1심에서 패소하고,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어 부당하다는 원고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도 대응하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원심 판결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소장을 받아본 뒤엔 법률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소장을 받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강씨에게 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부주의를 바로잡도록 돕는 게 행정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불친절했다.
해외 오가며 집 자주비운 강씨
집배원 몇번 방문후 무변론 선고
소액 손배 대응 못해 '재산압류'

피소 한 달 뒤 강씨의 집 앞에 우체국 집배원이 다녀갔다. 그 집배원은 법원이 발송한 변론기일통지서를 들고 강씨 집 앞에서 초인종을 몇 차례 누르다 돌아갔다. 법원의 언어로 이를 '폐문부재'라고 한다. 문이 잠겨 있고, 받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2주 뒤에 강씨에게 변론기일통지서를 추가로 발송하면서 '송달간주' 처리했다.
폐문부재와 송달간주에 따른 변론종결의 끝은 무변론 선고였다.
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변호하지 못했다. 수원지법 민사53단독 소액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50만원과 이에 대하여 2018년 9월11일부터 2020년 1월23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유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다.
01
성역이 된 법원의 언어
'경원시'라는 단어는 안 쓰인지 오래다. 사전에서도 찾기 어려운 말을 2000년대까지만 해도 판사들은 직장에서 공공연히 사용했다. 경원시하다의 뜻은 본래 공경해 멀리한다라는 뜻이었지만, 법조계에선 꺼려서 멀리하다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판사 세계의 경원시를 일본말로 이지메(いじめ), 우리 말로 집단 괴롭힘, 두 글자로 왕따로 줄일 수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법원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도 법관들은 우리가 쓰는 말과 다른 그들이 사는 세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공정하고 독립된 판결을 지향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는 불량하고 불친절했다. 현대 국어가 아닌 어렵고 긴 문장으로 가득 채운 판결문이 불친절한 사법부의 한 단면이다.

힘없는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한다…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는 법원
법정에서 판사는 인생 연극의 연출가다. 법정 경위는 재판장이 들어올 때 원고·피고와 대리인, 검사, 피고인과 변호인 배역을 맡은 배우는 물론 방청석에 앉은 관객까지 일으켜 세운다. 법정에선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껴서도 안 되고 입에 든 껌을 씹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언어 역시 권위주의에 물들어있다. 민사소송은 대리인 없이 당사자가 직접 소송 서류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법정에서도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 법전 위에 국민이 있는데도 변호사를 선임해 작성한 정돈된 서류와 유려한 변론이 아니면 읽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 재판부도 있다.
수원지법 민사재판부의 한 법관은 법정에서 당사자가 직접 변론을 하려고 마이크를 옮기는 순간 버럭 화를 내며 "대리인을 통해 주장하세요"라고 고함을 쳤다. '전관예우'는 법조 카르텔의 정수가 아니다. 법원이 국민을 딛고 법대에 올라서 법전으로 친 장벽이 법조 카르텔의 실체다.
법원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판결문에는 그들의 엘리트의식이 아로새겨져 있다.
당사자 직접 변론하려 하면 "변호사 통해 주장" 호통
법조 카르텔의 실체는 전관예우 아닌 법전으로 친 장벽

앞서 가전제품을 압류당한 강씨의 확정 판결과 동일하게 민사 소액 사건 손해배상 피고로 3천만원을 물어주라는 무변론 선고를 받은 이모(35)씨에게 법원이 건넨 문서는 한글을 깨치고 고등교육을 받은 그에게도 해석하기 어려운 다른 세상의 글자였다.
우선 이씨가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이 작성한 판결문을 받아들고 느낀 감정을 직접 들어보자.
"상대방이 3천만원을 달라는 요구안이 담긴 문서를 가지고 민사금전조정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이의신청을 하면서 본안 소송으로 전환이 됐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어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가 무변론 패소 판결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가 찼겠습니까?"
수취인불명과 폐문부재로 재판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은 인터넷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나의 사건검색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취인불명은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제목인 줄만 알았고, 폐문부재는 느낌으로 닫힌 문에 사람이 없다는 뜻인 줄 알았으며 공시송달은 뭍과 물을 오가는 수달 친구인 줄 알았어요. 판결문에 쓰인 가집행, 주문, 청구취지 이런 말도 무시무시하다는 느낌만 받았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3천만원 이하 소액사건 판결서에는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씨는 왜 그런 판결이 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법원이 몇 차례 우편물을 보냈고, 어떻게 본인을 찾아다녔는지에 대한 기록은 나의 사건 검색에서만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씨는 무변론 선고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즉각 항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민사항소8부에서 심리 중이다.
법원의 언어가 길고
복잡하다는 점, 법원도 안다


형사 피고인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고, 법정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앉아 있거나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알지 못하고 참회하지 않으면 법원은 판결문에 '개전의 정이 현저하지 않다'고 쓴다. 이 문장에서 쓰인 한자는 총 5글자다.
개전의 정이 없다는 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개전(改悛)의 정(情)이 현저(顯著)하지 않다는 말은 뉘우치는 마음 또는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쉽게 풀어쓰면 된다. 개전의 정이 없다는 표현의 기원은 묘연하다. 나이든 판사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는 형사 사건보다 더욱 '개전의 정이 현저하지 않은 법원의 언어'는 민사와 등기, 행정에서 뚜렷이 보인다.
민·형사 공통적으로 금원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실생활에서 금원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금액, 돈을 법원은 금원이라고 한다. '가사'(假使, 가정해 말해)는 주부가 하는 가사노동이 아니고 가령의 옛말이다.
예컨대 혹은 이를테면 이라고 해도 될 텐데 숙련된 부장판사급 재판장이나 이제 막 형사단독 재판부를 맡은 저연차 판사나 '설시'(說示·사전적 의미로 알기 쉽게 설명해보임)를 할 때 가사라는 말을 종종 법정 마이크에 대고 쓴다.
법원은 맞춤법·일본어식 표현 순화 등 자성에도 '제자리'

법원도 판결서 작성과 법원 문서, 용어 사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 지 오래다. 1997년 12월 법원 맞춤법 자료집을 발간한 뒤 2010년 12월 읽기 쉬운 판결서 작성 핸드북을 발간하고 2013년엔 시대에 맞춰 법원 맞춤법 자료집을 새로 발간했다.
실제 작성한 판결서 문장을 바탕으로 맞춤법에 관한 다양한 용례를 소개하고 일본어식 표현을 순화하는 등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원도서관 관계자는 "판결문이 길고 복잡한 문장, 한문 투의 문어체와 일본어식 표현 등으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법원도서관은 판결문과 각종 법률문장을 작성할 때 우리 글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문장 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종 맞춤법 자료집, 간결한 판결사례집 발간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법원 구성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02
법원 앞에 고개숙인 '헌법 27조'

법원은 장애인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가 법원의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법원을 찾는 장애인과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편의시설과 사법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전국 20여개 법원에 설치한 '사법접근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수어통역 비용을 지원하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판결문을 제공하는 등의 법원 사례를 보면 제도적인 미비점은 상당 부분 보완한 모습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법원이 구축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당사자들이 정작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법원이 자랑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베푸는 태도·편의주의가 쌓은 높은 벽
사회적 약자 지원 '빛 좋은 개살구'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권리는 종종 법원의 '편의주의'와 충돌한다. 자의든 타의든 법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와 법원의 편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시스템의 불친절을 지적한다.
'통역·번역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는 외국인 형사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 등을 규정한' 재판예규다.
재판을 받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해도 스스로의 변호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규칙의 하나다. 예규에 따르면 외국인 형사 피고인은 자국의 언어로 번역된 공소장을 받을 수 있고, 재판 중에 통역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는 약식명령이나 즉결심판에는 번역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자신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등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형사 피고인이 재판 도중에 통역을 지원받는 건 당연한 권리지만, 그 방식은 재판부의 재량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증인 등의 발언을 모두 순차적으로 피고인에게 통역해 재판의 이해를 돕는 게 정석적인 방법임에도 시간상의 이유로 일부 발언만 통역하게 하는 재판부도 있다.
법원의 편의에 밀려 재판 당사자가 소외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 초부터 한국외국인법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양태정 변호사는 "변호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처음 법원 민원실에 가면 어떤 양식을 써야 하는지 혼동이 온다. 비법조인 중에서도 외국인들은 관련 외국어로 된 서류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질문하면 그냥 법률구조공단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통역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법원이 좀 더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올해로 6년째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노태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올해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사에서 "한 편의 판결문은 그저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속에는 한 장애인의 삶이 있다"며 "흩어져 있는 판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가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이 법원을 이용하는 데 물리적 장벽은 완벽할 순 없지만 많이 사라졌다. 법원은 지난해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간하는 등 개선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원의 판단이 장애인 등 사법 약자가 겪는 불평등 실태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최근 5년 간 일반 소송구조 인용률
※일반 소송구조는 민사, 가사, 행정, 특허 사건을 포함함
제공/대법원
법원은 '소송구조'라는 제도를 통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도 헌법이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소송구조를 신청하려면 일단 신청인이 자력으로 소송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된다는 점과 법원이 판단하기에 신청인의 '승소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제시한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송구조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원의 '인색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송구조 사업에 국가 예산을 편성 받고, 이를 집행하는 법원 입장에서 구태여 돈을 아끼면서 사업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소송구조 인용률은 불과 몇 년 전까지 50%대에 머물렀다.
올해 법원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꼬집는 내용의 책 '불량 판결문'을 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소송구조는 당사자의 권리인데, 법원이 굉장히 시혜적으로 베푸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불친절한 '법률 용어'
'국회 법제실 알기 쉬운 법률용어 2020' '대법원 법조출입기자를 위한 알기 쉬운 법률용어 2015 개정판' 발췌

미확정 판결문 열람장소, 전국에 한곳뿐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데도 법원이 국민에게 먼저 제공하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의미다. 법원은 그들이 작성한 공문서에 접근할 권한을 매우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법관과 동일 선상에서 일반 국민이 미확정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곳은 최근까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있었다. 청사 내 판결정보특별열람실의 PC 4대가 하급심에서 내린 판결 열람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었다.
정보 통제·지역 불균형의 높은 벽

대법원은 특별열람실을 코로나19로 9개월여간 폐쇄하다 지난 10월1일 고양시 일산동구 법원도서관 법마루로 이전하고, PC도 6대로 늘렸지만 판결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PC 늘렸지만 접근성 비판 여전
피해자도 사건기록 보기 어려워
판례 참고, 취재 등 업무차 법원 정보에 접근하는 문턱만 높은 것이 아니다. 당사자에게도 법원은 그들이 독점한 정보를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수원가정법원은 지난 8월11일 성범죄 피해자가 민사소송 진행을 위해 요청한 가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을 소년 보호사건이라는 이유로 정보비공개 결정했다.
법원은 독점한 정보를 사건 피해 당사자에게도 제공할 수 없다는 근거로 소년 보호사건의 기록과 증거물은 소년부 판사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열람·등사할 수 있다는 소년법 제30조의2(기록의 열람·등사)를 들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행정2부에서 심리 중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1월 안산시립예술단 단원들에게 돈을 건넨 안산시의회 정모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기소내용(공소장 일부)과 검찰 사건번호, 법원 사건번호 공개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예술단 단원들의 제보 이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끝에 정 의원에 대한 기소 처분이 나왔다.
단원들이 수사기관에선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고, 형사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당사자를 대리해 변호사가 요청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안산지원은 당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기소내용이 공개될 경우 재판의 심리 또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법무부는 국회가 공소장 제출을 요청하면 구체적인 개인정보만 지우고 제공했다. 피고인과 개별 사건에 따라 선별적으로 공소장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자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법무부를 통해 공소장을 받아보는데, 국민은 법원에 넘겨진 사건 기록을 요청하면 정보 통제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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